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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움 소식

[발언] 210422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목요행동, 무지개행동 주관 기자회견 / 심기용 "성소수자가 요구한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 심기용 활동가 / "성소수자가 요구한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발언문 ]

안녕하세요,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입니다. 다움은 작년부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연대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번 달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목요행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무지개행동 주관에 다움도 발언 기회를 얻게 되어 심기용 활동가가 발언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발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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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의 심기용입니다.

2021년은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지 14년이 되는 해입니다. 2007년 차별금지법 처음 발의될 때 제 나이가 14살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그로부터 무려 14년이나 지나 28살의 청년이 되어 이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또 한 번 촉구하고자 발언을 하고 있다니 참 애석한 일입니다.

20대 후반이 되니 제 또래 친구들이 하나둘 취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게이 친구는 한의사가 되었고, 어떤 양성애자 친구는 프로그래머가 되었고, 어떤 트랜스젠더 친구는 회계사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을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학생들을 사랑하고, 본인의 일에 충실합니다. 근데 이 친구는 트랜스젠더입니다.

본인은 여성이지만, 모두가 이 사람을 남자라고 생각하고 대합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신념이 가득하지만, 보수적인 학교 분위기상 본인의 성정체성을 밝힐 수 없습니다. 전출이 될까? 교사자격증을 박탈당할까? 학생들이 실망할까? 학부모들이 민원을 넣을까? 이런 두려움 앞에서 항상 자신을 숨기고, 고통스러워도 남성으로 살아가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트랜지션을 시도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입니다. 많은 트랜스젠더 친구들이 이런 현실에 아예 선생님을 꿈꾸지 못하기도 합니다.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나와 내 친구들이 공정하지 않은 제약들 속에서 살아왔구나. 보통 본인의 성정체성을 밝히지 않는 경우를 벽장 안에 있다고 말하는데, 이건 벽장 수준이 아니라 장벽이구나. 차별은 사회에 대한 꽤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청년을 위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치인이 참 많은데, 이보다 더한 불공정성이 있을까요? 차별 문제야말로 공정성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입니다.

만약 14년 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면 어땠을까요? 학교 분위기가 여전히 문화적으로 보수적이라고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본인의 성정체성을 밝히고 그에 따른 인사불이익, 고용차별, 괴롭힘이 생겼을 때 피해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을 겁니다. 만약 그랬다면 제 친구의 삶은 많이 달랐을 겁니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 달랐을 겁니다. 자신을 긍정하고도, 나아가 자신을 표현하면서도 일상 속의 동료들에게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숨지 않아도 되는, 그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제도적인 토대가 존재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 토대를 바탕으로 자신의 현장을 바꿔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정치권은 14년이나 도망쳤습니다. 차별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14년 전의 제정요구가 지금의 제 요구로 이어진 것처럼, 또 다른 동료시민과 단체들의 요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90퍼센트 가까운 동료시민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합니다. 더 도망칠 곳도 없습니다. 내년은 15년째 되는 해가 아니라,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년이 된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2021년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원년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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