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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움 소식

[발언] 220225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중유세 / 창구

오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중유세의 국회 앞 집회에서 다움 창구님이 발언해주셨습니다.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 창구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중유세 발언 ]

안녕하세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운영위원 창구입니다. 오늘이 무지개행동 4년간의 집행위원 임기를 마무리하는 발언이라서 개인적으로 뜻깊은 자리입니다. 조금 길 수 있지만 그간 성소수자운동이 차별금지법제정운동과 함께 걸어온 길을 회상해보고자 합니다.

15년, 참 긴 시간입니다. 그동안 성소수자운동은 참 많은 연대의 경험을 해왔습니다. 성소수자는 문란한 사람처럼 인식되던 것이 멀지 않은 과거인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처럼, 언젠가 세상이 바뀌면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차차 좋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15년간 동료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성소수자 인권이 사회문제로 이제는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7일인 내일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국방부로부터 강제전역 처분당했던 고 변희수 하사의 기일입니다.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도 아직 남아 있는 차별현실에는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소수자 관련해 연구하겠다고 하자 교수들로부터 “연구주제를 바꾸라”고 강요당한 친구, 트랜스젠더로서 교사가 꿈이었지만 성소수자 선생님을 용인하지 않을 교육환경에 꿈을 접은 친구, 알바를 하다가 성정체성을 들켜 해고당한 친구, 중학교때 성정체성을 아웃팅 당하고 학교폭력으로 우울증에 빠졌던 친구, HIV감염 사실이 회사 신체검사에서 알려질까봐 입사를 포기한 친구. 이내 다 언급할 수 없는 차별들. 제가 다움을 통해 접하게 된 성소수자 청년들의 차별현실들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인 성적인 문제였겠지만, 성소수자들은 알려지면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낙인의 문제였습니다. 자신이 남자고 여자고가 당연한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특이했겠지만, 우리에게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또는 대체 그게 뭔지가 목숨을 걸고 고민을 해야 하는 존재의 문제였습니다.

이런 수많은 차별들을 알리면서 지난 11월 무지개행동의 동료인 종걸은 미류와 함께 부산에서부터 서울까지 걸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몸자보를 하고, 한달간 평등길을 걸었습니다. 저는 종걸이 그 한 달이 아니라 지난 14년의 길을 걸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성소수자운동은 2007~8년 국회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반대하는 쪽의 편을 들으며 외면당했고, 또 지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과정에서도 두 사유를 이유로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반대당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졌던 서울시민헌장은 또 같은 이유로 선포되지 않고 묻혔습니다. 17년 마침내는 대통령 선거에서까지 문재인이 성소수자 인권을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라고 공표해버렸습니다. 당시 그 발언에 사과하라고 저 국회에서 무지개를 펼쳤던 활동가들은 경찰에 잡혀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때 사회적 합의 대상이 되어버린 성소수자들의 권리는 지금까지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15년의 길은 마냥 비극적이지 않았습니다. 15년이라는 시간은 의도치 않게 우리에게 연대의 교훈을 남기고,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들의 만남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 곳곳에서 나중으로 미뤄져왔던 권리들을 만났고, 사회가 차별하고 배제했던 존엄한 개인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차별이 정말 다양한 축을 교차하며 발생하는 것임을 알았고, 인간의 삶이 얼마나 다양한지 지금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전까지 없던 연대로 뭉쳐 이 국회 앞에 모여 소리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미뤄둘 거냐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성소수자가 차별당하지 않고 권리가 더 이상 미뤄지지 않을 때 까지, 모두가 평등한 그 세상에서 살 수 있을 때까지, 15년이 16년이 되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습니다. 가자, 평등의 나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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