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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움 소식

[발언] 차별금지법 4월 쟁취 무지개행동 문화제 / 심기용

안녕하세요,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활동가 심기용입니다.

올해로 저는 29살 청년이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처음 입법되었을 때, 저는 14살이었습니다. 어느덧 1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 인생 절반을 저는 차별금지법 하나 만들지 못하고 차별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무릎 꿇는 정치를 경험하며 살아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차별금지법이 미뤄지는 현실과 함께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왔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미뤄진지 3년째 되던 해 17살, 저는 저를 동성애자라고 인정했고, 8년째 되던 해 22살 처음으로 동성인 남성과 연애를 해봤습니다. 10년째 되던 해 24살, 대학성소수자모임들의 연대 의장이 되었고, 12년째 되던 해 26살, 성소수자로서 걱정 많았던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성소수자로서 살아온 저의 그 모든 순간엔 차별금지법도 제정되지 못하는 나라, 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끊임없이 저에게는 어떤 메시지가 던져졌습니다. 연애를 해도, 가족들과 식사를 해도, 대학에서 친구들을 사귀어도, 취업을 하려고 해도, 병역의 의무를 하고자 군대를 가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어도, 그 모든 순간에 성소수자들에겐 이런 사회적 메시지가 던져졌습니다. "사회엔 당신들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고, 당신들은 언제나 차별받을 위기에 처해 있지만, 당신들의 삶은 언제나 정치적 책임 바깥의 것이다. 당신들은 반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항상 논쟁적이고 소모적인 사람들이다."

이 메시지를 매순간 겪어오며 자라오고 살아가는 모든 성소수자들에게 15년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국회는 전혀 알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동성애를 더러운 짓이라고 멸칭하며 처벌하는 군형법제92조의6이 버젓이 존재하는 나라의 성소수자 군인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꾸리지도 못하고 결혼하지 못해서 항상 2등시민 취급받는 나라의 성소수자 가족들, 교육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받고 언급조차 금지시킨 볼드모트 같은 존재인 성소수자 학생들. 국회가 수십년간 외면하고 방치한 성소수자들의 삶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자살시도율이라는 사회적 결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15년, 두 명의 인권활동가가 단식 투쟁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보며 미개한 시위라고 비난한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애초에 법과 제도에 의문을 던지는 시위를 두고, 의도와 위법성을 따지는 멍청함은 제쳐두더라도, 애초에 미개한 시위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개한 정치는 있습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거나 방치하는 정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 주에 성소수자들은 헌법에 반하는 위헌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봉사해야 할 시민들을 갈라치고, 멋대로 법 바깥으로 내몰아냅니다. 이 미개한 정치에 맞섭시다. 사람의 생명과 삶의 무게를 모욕하는 정치를 몰아냅시다.

더 이상 유예의 시간을 보내지 맙시다. 제가 서른살이 때는, 아 차별금지법 지난 해 4월에 제정됐잖아. 이 더 나은 나아간 논의를 해야지. 할 수 있길 바랍니다.

4월에 차별금지법 제정합시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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