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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너에게 가는 길 관람기

 

 2021년 11월 7일,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상영된 <너에게 가는 길>를 다움에서도 함께 감상하고 왔습니다.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어떻게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 과정을 담았습니다. 이미 줄거리만으로도 가슴이 찡긋해지는데요, 함께 영화를 보고 감상을 공유해주셨습니다.

기용

<너에게 가는 길>은 가족 내의 섹슈얼리티 억압이나 교정 시도들로부터 불가능해보였던 화해를 그려내고 있고, 더 나아가 가족적 애착과 책임을 붙잡으면서도 관계의 변형을 시도하는 서사를 포착했습니다. 따라서 이 다큐멘터리가 포착한 건 두 가정의 변화 뿐 아니라 그 가정을 둘러싼 사회의 변화입니다. 단순히 이것을 가족주의적 환상을 놓치 못한 영화라고 단적으로 말하기엔, <너에게 가는 길>의 성소수자 가족 서사는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두 부모에게 자식의 커밍아웃은, 충격의 여파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소유나 나의 일부라고 동일시했던 존재로부터 강한 타자감을 느끼고 "자식은 내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하게 하거나, 부모가 없거나 가족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환대로도 이어지는 기이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가족 전반에 대한 가치관 변화에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족주의에 대한 의심의 선을 놓쳤다고 간단히 판명하기에는, 이런 변화와 균열지점에서 우리가 더 자세하게 바라봐야 할 지점이 있는 건 아닐까요?


볼돌

'Come'은 영어를 배우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였다. 오고 가는 모든 행위를 아우르는 단어라니. 어떤 전치사가 놓이는지에 따라 말도 바뀐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의 한계를 조금씩 깨는 과정 속, 내가 옷장 밖으로 나와야 하는 사람 중 한 명임을 깨닫게 되었다.

항상 누군가 나를 꺼내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사람이었던지라 주변인들이 내가 '커밍아웃'하기에 적합한 인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기만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여름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진행했던 커밍아웃 워크샵에 참여하면서 커밍아웃에 대한 나의 편견(?)이 깨졌다. 부모님이 나를 이해하지 못할거라고만 생각하며 미운 감정만 증폭시켜오던 찰나에 긍정적인 브레이크가 걸렸다. 내가 얼마나 준비하건, 나의 커밍아웃을 듣는 사람은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엄청난 충격이 될 수 밖에 없으며 부모님도 세상에 커밍아웃을 해야한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커밍아웃 하기. 항상 자녀의 입장으로만 살아와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점이었다.

워크샵 이후에도 항상 성소수자부모모임에는 감사함과 관심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너에게 가는 길>을 보게 된 것도 일종의 불가항력이었다.

두 명의 사람, 직업 여성, 엄마, 성소수자의 부모님 그리고 그 분들 자녀들의 이야기.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세상에 커밍아웃하고 사랑하는 자녀와 함께 걸어가는 이야기.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들은 지지부진하고 위태로운 세상이 가는대로 따라가지 않고 그들의 길을 그려나간다. 비비안님이 "기존의 가족제도에서 자녀가 부모에게 종속적이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기존의 성별로 구분된 이성애중심적 사회 규범이 얼마나 한 개인에게 잔인할 수 있는지를 지적한다.

태풍의 눈에서는 바람도 잔잔하고, 말고 고요하다. 하지만 눈에서 벗어나는 순간 성난 바람에 휩쓸리고 상처를 입는다. 자녀와 함께 기존 질서(태풍의 눈)에서 벗어나 성난 바람에 맞기를 자처한 부모님은, 이 과정 속에서 자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매 순간이 눈물 포인트였던 영화였지만 영화가 끝났을때는 어쩌면 나도 이 세상에 '나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Come to me(내게 다가와)"가 아니라 "I'm coming.(내가 갈게)"인 상태로. 그리고 너와 함께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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